서현과 8월의 주제를 정하고 조금 골똘해졌어요. 주제를 정할 때는 보다 명쾌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생각할 수록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회복… 회복…. 말로 뱉는 것은 정말 쉬운데 사전을 보니 사실상 개념만으로 존재하고 있는 단어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정보, 제게는 글을 적기 전에 해당 키워드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 보는 습관이 있어요).
: 회복 :
원래의 상태로 돌이키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
저의 첫 싱글인 ‘큰숲’은 제가 갖고 있는 사랑에 대한 회복을 염원하는 마음에서 만든 곡입니다. 사랑으로부터 비롯된 왜곡과 오해들이 견딜 수 없이 슬프던 시기에, 노래 만큼은 슬픈 마음을 슬픈 마음으로 종결하고 싶지 않았어요. 어딘가 도달할 곳을 함께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가사를 통해 서술된 문장들은 이미 가닿은 마음보다는 가닿고 싶은 종착지들에 가까워요. 그래서 노래를 만들 때는 잠시나마 '나'로부터 탈출하는 기분이 드나 봅니다.
눈을 감고도 측정 가능한 왜곡 없는 사랑, 닿지 않고도 느낄 수 있는 마음 같은 건... 저의 세계에서는 손쉬운 일이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물론 사랑의 영역에서 불가능성의 권위가 희미해질 수 있고, 저는 그 권위에 도전하는 마음으로 사랑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쩔 건데. 배 째셈…. 하는 마음이요.
그런데 이것이 회복처럼 느껴지지는 않아요.
새로운 관점을 발견한 것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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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죠. 돌이킨다는 말도, ‘원래의 상태를 되찾‘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잖아요. 어떤 현상을 겪은 이상, 그것이 없던 것이 될 수 없잖아요. 3차원 세계에서 시간을 거슬러 돌아갈 수도 없고요. 우리가 떠올리는 회복은 돌아간다기보다는 축적된 것에 가깝지 않나요? 그럼 사전이 말하는 회복은 도대체 무엇인지, 우리가 회복이라고 부르던 것들은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실체가 없는 말엔 유독 그런 면들이 있는 듯해요. 골몰하게 되는 주제 같아요.
회복은 계속해서 염원하는 것일까요?
첨부된 일기는 제가 순간이지만 회복되었다고 느끼던 순간, 숨가쁘게 적은 일기예요. 하지만 이것 보세요. 지금은 또 잘 모르겠다구요. 어쩌면 염원할 땐 잘 이루어지지 않다가, 문득 돌아보니 회복이 되어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정말 어렵네요….
그래서 이 다음 서현이가 보내게 될 이야기가 몹시 궁금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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