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본다는 건 뭘까요. 사전에서는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다."라고 말하는데요. 한번 세세하게 뜯어서 이야기로 만들어 봅시다.
무언가를 제대로 돌보기 위해서는 객관적 사실과 그에 따른 이해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정성을 기울여 매일 아침마다 화분에 물을 주는데 그 화분에 있는 화초가 선인장이라면 말짱 꽝이잖아요.
다음은 아마 인정이겠죠. 다른 화초는 매일 아침 물이 필요한데, 너는 왜 달에 한 번만 물이 필요하느냐고 따져 묻거나 얘가 다른 화초와는 다른 것이 내 탓은 아닐지 자책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그 돌봄을 완성하기 위해 흙이 말랐는지, 잎이 말랐는지, 분갈이가 필요한지, 바람이 필요할지 눈으로 관찰해가며 그때그때 물을 주고 잎을 닦아 주고, 화분을 갈아 주는 행위를 오래오래 지속하여 이것이 화분을 대하는 태도의 영역에 도달할 때, 비로소 돌보는 일이 제대로 시행되는 것 같습니다.
적고 보니 무언가를 돌본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행위가 아닌 태도의 영역에 있는 일이니까요. 확실히 저는 저를 보살피는 일이 어려워요. 사랑은 상호간의 보살핌이라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요. 그 뒤로 한동안 잊고 있다가 제가 스스로를 꽤나 돌보지 않아 왔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고부터 다시 떠올려 보고 있어요.
부끄럽지만 저는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다고 아주 오랫동안 느껴왔습니다. 아마 돌본다는 게 무엇인지 잘 몰랐기 때문이겠죠. 지금 저는 실천과 지속이 부재한 단계에 있는 것 같아요. 이것이 태도에까지 도달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해 보아야겠습니다.
다들 스스로를 어떻게 돌보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유지하고 있는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느 단계에 있는지, 스스로는 어떤 화초인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알려 주시면 제게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 서로 상호간 돌봄 도우미가 되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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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는 계절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추운 계절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서로의 온기를 필요로 할 수도 있다고, 어둡고 긴 밤이 있기 때문에 안전한 형광등 아래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추운 날과 어둔 밤 덕분에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 진화를 할 수 있었다는 말을 믿어요. 저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실을 참 좋아합니다.
춥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좋은 것'들을 좋아하는 일이 제게는 너무 쉽습니다. 싫은 것 속에서 좋은 것을 찾는 일은 정말 재미있어요.
'겨울나기'라는 말이 저에게는 정말 들어맞아서 이런 대화나 작은 온기들이 제게는 몹시 크고 귀중합니다. 이야기 들어 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해요. 흔쾌히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랜선친구 덕분에 제 겨울이 조금은 따뜻하고 든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