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하이. 김서로입니다.
다들 잘 지내셨어요? 그간 저는 혼여행 다녀왔어요. 정동진 추천합니다.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카페에서 근사한 재즈 음악이 나오는 중인데, 델리스파이스의 음악을 듣고 싶어져서 우주로 보내진 라이카를 들으며 메일을 적고 있어요. 제 다리에 딱 붙어 엎드린 거대한 강아지 소소의 움직임을 느끼면서요.
이전에 답장을 통해 받은 질문이 있는데요. 노래를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왜 부르고 싶었는지, 노래를 부를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하는 질문이었어요. 질문을 받은 지는 꽤 되었는데,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모를 어렴풋한 느낌뿐이라 여태 대답하지 못했어요. 부끄럽지만 텍스트로 정리해 본 적 없던 질문들이라, 이제야 늦은 답을 남겨요. 처음 노래를 시작했을 땐 외로워서 노래를 부르고, 만들고 싶었던 것 같은데요. 문득 돌아 보니 이제는 조금 달라졌더라고요. 이 답이 모두 하나로 귀결되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 주어진 마음에 대해 노래를 만들고요. 노래를 부를 때만큼은 내가 지금에 있어야만 해서 노래를 계속 부르고 싶어요. 때문에 노래를 부를 때만큼은 지금만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노래가 망가지더라고요. 다른 수많은 것들을 제쳐두고 음악에 매료되었던 하나의 사유는 그것일까 싶어요. 지금에 있고 싶어서요. 메일을 적을 때도 비슷했습니다. 계속해서 지금을 떠올리기 위해 노력했어요.
첫 메일 기억 나시나요? 상호간의 돌봄 도우미가 되어 보자던 이야기요. 저와 서현이는 교환 일기를 적고 나누는 내내 서로에게 그런 존재였거든요. 돌이켜 보면 내가 나를 들여다 보고 돌이켜 보는 시간 내내 곁에서 자리를 지켜주는 것, 그게 우리가 서로를 돌보던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서로의 말과 생각들을 혼잣말로 흩어지게 두지 않는 것이 말입니다…. 그게 어쩌면 사랑을 다루는 정확한 태도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요.
서현이에게 일기를 통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좋은 사람이 뭔지 한참 생각해 보았는데, 그냥 알아서 잘 사는 사람이 좋은 사람인 것 같다고요. 그래서인지 저는 잘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기운이 납니다. 성심성의껏 꾸려온 삶의 모습들이 드러나는 순간이 좋아요. 저는 아직 부족해서 드러나기보단 드러내야 했던 것 같지만. 하하. 그래서 솔직해지기 위해 무지 애썼어요. 제가 나누고 싶었던 건 기운이었는데, 여러분은 아무것도 받지 못하셨을 수도 있겠죠. 다른 걸 받으셨을 수도 있고요. 하여튼 메일링을 통해 무얼 받으셨건 제가 이 시간들로부터 받은 게 훨씬 많을 거라 생각해요.
처음으로 시도해 본 어떤 기획을 무사히 마무리하게 되어 기쁘고 아쉽습니다. 소중한 친구와의 추억을 강화하고, 새로운 친구들까지 만나게 되어서 너무 귀한 시간이었다고 느껴요. 저의 지금에서 자리를 지켜 준 친구들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덕분에 무사히 겨울을 통과했던 것 같아요.
한 번 친구는 영원한 친구 아입니까?! 프로젝트가 끝난 거지, 저희의 관계가 종료된 건 아니니까요. 언제든 말할 곳이 필요할 땐 메일 남겨 주세요. 정말로요.
꾸준히 답장 주었던 외계인과 이지, 수 님, 온 님께도 고마워요. 💌
공연 때 메일링 프로젝트 기간 동안 몰래 만든 몇 곡을 부를 건데요. 궁금하죠. 서현이와 작은 선물들과 재미있는 것들 이것저것 많이 준비했으니 내일 저녁 일곱 시에 시간 되는 친구들은 놀러와요. 랜선 말고 얼굴 보고 인사해요, 우리! 이만 글 마칠게요.
즐거웠어. 또 보자! 연락해~
-서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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