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꼴라야,
오늘은 미션에 성공했을까, 실패했을까?
나는 성공한 날보다 실패한 날이 훨씬 많은 것 같은데,
마치 '지는 건 역시 이기는 것'이라는 말을 최초로 만든 사람처럼 의기양양하게 메일을 쓰고 있어.
*
나는, 나는 매일 물어.
이렇게 해야 내 손이 깨끗해질지, 저렇게 해야 쟤 손이 깨끗해질지.
그럼 E는 깊은 쌍꺼풀 사이로 눈동자를 밀어 넣으며
네 손바닥에 적힌 글자를 숨김없이 꺼내놓으라고 말해.
그리고 나는,
그 이야기가 어떤 순서로 전해지든 마지막 말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고 손을 모아.
J는, J는 내게 물어.
이렇게 해야 내 안경을 닦을 수 있는지, 저렇게 해야 쟤 안경을 닦을 수 있는지.
그럼 나도 옅은 쌍꺼풀 사이로 눈동자를 밀어 넣으며
네 눈 속에 가둔 글자를 남김없이 꺼내놓으라고 말해.
말해.. 말해..
그리고 알게 돼.
끝을 가정한 대화는 대화가 될 수 없어. 결말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
너와 내가
엄지손가락과 반대편 손바닥을 비비며 지워가던 글자를 뱉는 것이 중요하고,
눈동자를 사방으로 굴려가며 감추던 흰자 위 적힌 글자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여서,
너무 혼자 있지 마. 생애의 끝을 미리 가정하지도 마. 사실은 네게 꼭 하고 싶은 말이었어. 눈동자에 비친 내게 말해.
*
'랜선친구 시즌1'을 마무리할 때에도 나는 이 책의 문구를 인용했었는데, 기억나?
살아있음의 증인이 되어줘서 고마웠다고 말이야.
시즌 3의 나는 서로에게, 나의 랜선 친구들에게,..
애들아!
너무 혼자 있지 마. 생애의 끝을 미리 가정하지도 마.
마지막 말은 다를 수 있어. 겁내지 않아도 돼.
천천히 손바닥과 안경을 닦아가 보자. 화끈하게 미션을 실패해 보자.
나 먼저 ..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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