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작업 중인 곡이에요. 더보기란에서 곡의 가사와 시의 전문을 확인하실 수 있어요.
기형도의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은 제가 스물이 되던 해에 읽은 첫 번째 시집이에요. 시를 읽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겠지만… 저는 주로 흘려 보내며 읽습니다. 그렇게 읽다가 문득 돌부리 걸리듯 턱턱 걸리는 단어나 문장에서 몹시 집요하게 굴어요. 소리를 내어 읽거나, 옮겨 적기도 하고, 가끔은 시인의 생애를 찾아 보기도 해요.
이 이야기를 왜 했냐면요. 다시 읽어 보니 그때와는 다른 시들이 마음에 턱턱 걸리더라고요. 이번에 절 넘어뜨린 시는 ‘물 속의 사막’이었습니다.
일종의 회고의 텍스트예요. 바깥은 온통 비가 쏟아져 내리는데 빌딩 속에서 젖지 못한 채 격리되어 있는 화자로부터 발설되는 이 문장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갑니다. 나는 헛것을 살았다, 살아서 헛것이었다,는 말이 유독 쓸쓸히 읽힙니다. 그의 단단한 각오는 어디로 갔을까요.
영상 속 사진은 영종도에서 2박 3일 여행을 하던 날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에요. 호텔방이 20층 가까이 되는 고층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누군가 적어 둔 사랑, 이라는 글자도, 오가는 배들의 소리도, 오전부터 이루어진 공사 탓에 쉼 없이 부딪치며 나는 철쇠들의 깡깡 소리도 유독 멀게 느껴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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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부끄럽지만 이 시가 갖고 있는 정서에 취해서 만든 곡을 조금이지만, 미완성이지만, 그저 부족한 대로 들려 드리고 싶어 이렇게 운을 띄웠어요. (저희는 친구니까요) 들어 주셨으리라 믿으며....
'단절'이라는 말로 하여금 이 시와 제가 '연결'된 것이 참 재미있어요. 그쵸.
앞서 단절이라는 말이 싫다고 했지만, 알아요. 실은 두려운 겁니다. 종종 졸업해야만 하는 연결이 있다는 사실이 무서운 거예요. 작아진 옷을 버리고 싶지 않아하는 7살짜리의 마음에서, 이제는 가을이 되면 자연스레 긴소매 옷을 꺼내 입는 마음으로 환절하고 싶어요.
이전 메일에서 서현이 스스로에게 '제발 늙고 낡은 곳에서 나와, 볕이 드는 곳으로 가야만 네가 살아.' 라고 하던 말과 쬐끔은 닮아 있는 마음일까 싶고요.
연결이라는 말을 정확히 알기 전에, 단절에 대한 오해를 덜어내는 일이 필요할지 모르겠어요. 마치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해서는 죽음을 인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처럼요.
추운 겨울날을 잘 버티기 위해 나뭇잎들을 툴툴 털어내는 나무의 마음을 배우고 싶어요. 앞으로는 조금만 덜 서운해 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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