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과 환절 : 두 번째 이야기 _ 점같은 편이 되어줄게
제목만 들어도 든든-하지 않나요?
실제로 누군가에게 쓴 편지 내용이기도하고, 또 일기이기도 했지만, 사실은 당시 제 자신이 가장 듣고 싶던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모두가 온도계의 역할은 하지만, 온도조절계의 역할은 하지 않는다.' 는 말을 이번 여름 또다른 누군가에게 들었던 그 순간, 아, 그 때 내가 느꼈던 감정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게 되었어요.
누구도 사건의 연원엔 관심이 없는 듯, 현 상황에 대한 각자의 감상들을 제게 쥐어주고 지나갔던 그 날.
요청한 적 없지만 수용해야했고, 요청한 적 없지만 감사해야했고,
요청한 적 없지만 어금니 사이에 머물던 말들이 그대로 굳어져 아주 튼튼한 어금니를 가지게 됐던 그 때.
내가 나를 보호하는 것 자체가 아주 파렴치하고 몰상식한 짓이구나.
그렇게 결론을 지어버릴 수 밖에 없던 그 가을,
'난 네 편이야.'
저는요,
이 한 마디가 참 듣고 싶었답니다.
*
얼마 전, '온도계1' 이 sns에 남긴 글을 보게 되었어요.
지에게 나 '온도계1' 을 향해 가졌던 물음표가, 그 갈고리의 끝이, 조금은 뭉툭해진 것 같다고 이야기했어요. 지는 아무말 없이 살짝 미소를 띄우다가,
"난 당신 편이야." 라고 이야기해줬어요.
응.
그래서 저도 편먹으려구요, 사랑하는 나의 온도조절계들의, 랜친들의.
뗄레야 뗄 수 없는 점같고 그림자같은 편말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