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신년이면 블로그에 짧은 글을 적어요. 나와 가까운 친구들에게 남기는 감사 인사인데요. 다짐을 선언하거나 가벼운 푸념을 남기기도 해요. 연결, 연결, 연결, 한참 생각하다 보니, 올해의 블로그 연하장에 적어 둔 나와 나 사이의 연결에 대한 이야기가 문득 떠오르더라고요.
“발에 맞지 않아 덜렁이는 엄마의 뾰족 구두 같은 몸을 입고서 살아가는 기분 같은 것”
어릴 때부터 몹시 좋아하던 어머니의 구두가 있었어요. 큐빅들이 여러 개 박혀 있는데도 앞코가 반듯하게 살짝 각이 져서 단정한 느낌이 드는 검정 구두였어요.
어머니께서도 당시에 이게 예쁘냐며 맘에 든다면 물려 주겠다고 하셨는데,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엄마 구두는 여전히 엄마 구두더라고요. 제 발에는 한참 남는.
24년의 새해까지만 해도 영영 이런 기분일까 조금 두려웠던 것 같아요. 몸만 덜렁 자라난 어른이라니... 끔찍하지 않나요.
12살 이후로 더는 자라지 않던 발의 크기처럼 어떤 구석은 영영 자라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하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오래오래 생각해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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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뾰족 구두가 엄마의 것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는 데에 있나 봐요. 그 구두는 이제 오롯 엄마의 것으로 남겨 두고, 저는 제가 갖고 싶은 구두를 찾아 나서는 여정에 있답니다.
구두가 아닐 수도 있죠. 슬리퍼일 수도, 크록스일 수도 있지만 그저 오래오래 신고 싶고, 어딘가에 오래오래 물려 주고 싶을 만큼 탐나는 신발을 삶에서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어쩌면 이미 만났는데 아직 제가 모르는 것일지도 몰라요. 오늘 첨부한 일기는 연하장을 적고, 딱 반년이 지나고 적은 일기예요.
네 인생은 네 것, 울고불고 기고 떼를 써도 오롯 네 것, 그러니까 갖고 싶은 인생이 돼, 갖고 싶었던 인생이 돼…
요즘도 자주 떠올리고 있어요.
조금 부끄럽기도 하지만~ 저만 한켠에 이런 마음을 숨긴 채로 살아온 것은 아닐 것 같다는 확신에 마음을 나눠 보아요. 여러분과 연결되고 싶어서요.
저와는 다른 여러분들만의 메타포가 있다면 나눠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