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답장, 친구 '낑'이 남겨 준 대사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제가 마지막 메일에서 꼭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와 꼭 닮아서요.
'만났을 때도 안녕, 헤어질 때도 안녕.
그래서 우리는 지금 만난 건지, 헤어진 건지,
시작한 건지, 끝난 건지.'
저는 삶과 시간이 일방향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목표 지향적인 삶을 살아 본 적 없다고 생각했는데요. 그 누구보다 목표 지향적인 삶을 살았더라고요.
오로지 죽음을 향해 끝없이 걸어가는 삶이라니.... 이렇게 적고 보니 더 아득합니다. 깨닫고 나니 현타가 왔던 것도 같아요.
그런데 얼마 전, 자연계는 직선보다 곡선과 닮았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끝없이 쭉 뻗은 것만 같은 수평선도, 지평선도 실은 원형을 이루게 된다는 것처럼요. 저도, 삶도 결국 궤도를 돌고 있다고요. 인간은 자연계에 속할 테니까요. 머리로 아는 것과 몸과 마음으로 알아채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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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작별을 정말정말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아마 직선을 그리는 마음이었기 때문에 그 말들이 유독 싫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의미가 있고, 소중하다고 여기던 것들을 영영 과거에 유기하게 될 거라는 사실이 무서운 거죠.
곡선을 그리는 마음을 깨닫고 나니 이제는 시작도, 끝도 그저 하나의 점 같아요. 동그란 원을 그리게 될, 혹은 동그란 원을 그리고 난 하나의 점. 종이로부터 잠시 떨어져야 다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펜의 마음을 배우고 싶어요. 아주 잘 배우고 싶어요. 이런 게 작별 같아서요. 또 조금 용감해진 것 같습니다.
이제 제게 끝과 시작은 단순한 표기일 뿐이죠.
환풍구 사이로 거미가 사라지고 제 세계에서는 거미의 이야기가 시작된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