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니야.
<남은 여름>이라는 제목을 보니 문득 지나온 여름이 떠올랐어. 좋았던 시집은 역시 오랜만에 다시 읽어도 여전히 좋네.
네게 보여 주고픈 시도 옮겨 적어 봤어.
화자의 짝꿍이 꼭 나 같은 거야.
나도 학교에서 맨날 졸고, 자고... 자고, 또 자다가 자주 혼났잖아.
기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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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여름, 엄마와 둘이 거창에 갔었어.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엄마께 부탁한 게 있었거든.
나는 할 게 없어서 혼자 강가도 걷고, 책도 읽고, 보드도 탔어.
1만보 조금 넘게 걸었나.
그러다 보니 외할머니가 건강할 때 지내시던 동네까지 도착한 거야.
10년만이었을 거야.
거기 도착하니까 문득 나만 자랐고, 내가 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로워졌던 것 같아.
요즘은 그때 봤던 풍경과 생각이 자꾸만 떠오르는데, 그럴 때면 도무지 알 수 없어서 주울 수도 없는 마음을 거기에 흘리고 온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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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너는 낭떠러지로 가는 가장 안전한 지도를 그려 보자고 해.
어떤 이름이 도무지 주워지지 않아 슬퍼하면 그것에 별명을 붙여 주고,
함께 여기부터 저기까지 이어달리기를 하며 바톤을 주고받고.
0교시부터 꾼 나의 꿈에 7교시까지 웃는 얼굴로 함께해 주는 네게 늘 감사함과 애틋함을 느껴.
내가 아는 서현이 중 가장 응원하는 서현이야, 나는 너의 궤도 속 고민과 질문이 좋아.
그 궤도 속에서도 결국 어딘가 도달해내는 너의 지구력이 좋아.
싫고 삐딱한 것들에게서 이기고야 마는 승부욕이 좋아.
어떤 다음을 향한 기나긴 산책에서 씩씩하게도 걸어 보고, 휘청휘청 걸어도 보고, 지쳐 뻗어 보기도 하자.
우리는 이미 여름의 빈칸 속에서 발자국을 콕콕 남기는 중이니까.
호기심 어린 발바닥으로 멋찌게 나아가 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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