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야, 네 메일을 보며 네가 교무실 앞에서 출석부를 들고 서있는 모습이 생각이 났어. 지금은 내가 회사에서 자고 있는데 .. (ㅋㅋㅋ)
그리곤 함께 낭떠러지로 갈 궁리를 펼치다가, 문득 나의 두고 떠나 온 낭떠러지도 생각이 났어. 주울 수 없는 마음을 흘린 것만 같은 그런 곳 ..
모든 것이 내 잘못인 것만 같은 때가 있잖아.
당신은 당신인 게 나쁘지 않은데, 나는 내가 나인 게 죄같은 때. 오늘의 나는 그런 무수한 순간에서 도망쳐 온 걸지도 몰라.
따지않으면 무엇이 들어있는지 보이지 않는 통조림같은 생각이라,
평점이 1점인줄도 모르고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는 광고만 보고 공포영화를 기다리는 마음이라,
나와의 경주를 벌여서 마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제는 아무도 없는 소하동의 그 뒷산에, 녹두전을 아주 많이 굽고 있으니 지금이라도 빨리오면 안되겠냐는 고모부의 이야기를 훔쳐듣던 친구와 밤새 노래를 부르던 그 낭떠러지에.
그럼에도 삶은 아름답다던 네 말에 난 공감하고 싶었다고, 닮고 싶었고,
네 무너짐은 내게도 역시 절망이었다고.
그러니 힘을 내서 씩씩하게 걸어. 부단히 걸어. 녹두전을 꼭꼭 씹어먹자.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생각의 살이 쪄버린 나를 업고 다니느라 남몰래 무거웠을 네게,
버스를 타고 용서를 구하러 가야지.
네 잘못이 아니야, 죄가 아니다.
내가 너에게, 내가 나에게.
*
서로야, 우리 함께 화해와 용서와 이해를 도모했던 때 있잖아, 이번에도 나와 함께 2회차 용서식을 치뤄줄래? 내가 낭떠러지로 가는 가장 안전한 지도를 그려볼게, 너는 언제나 그랬듯 가장 맛있는 맛집과 커피집을 찾아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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