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연말과 신년에 새롭게 다짐하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2023년을 맞이하며 새긴 다짐은 "가감 없는 말"이었어요. 얼마를 모은다거나, 뭔가를 해낸다거나, 미루던 무언가를 배운다거나 하는 식의 목표도 계획도 없었고요. 오로지 "가감 없는 말", 다섯 글자뿐이었습니다.
이 나라에서 나고 자랐는데도 입밖으로 소리 내어 무언가를 표현한다는 것이 여전히 어려워요. 말을 아는 것과 표현을 하는 것은 영 다른 일 같습니다. 그걸 정말 잘 해내고 싶어서 딱 다섯 글자만을 적었던 것 같아요. 콕 찝어 가감 없는 '말'인 것을 보면요.
보컬 레슨 때 받았던 인상 깊은 피드백 중 "소리가 나아가려는 곳으로 가게 둬. 네가 모든 소리를 통제하려 드니 음악이 답답해지는 거야." 라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머리에 망치를 맞은 기분이었어요. 저는 이것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만 생각해 왔는데 그것과 정반대였던 거예요.
발화자는 말과 소리의 앞에 서 있어야 하는데, 저는 어느 순간부터 그것들의 뒤에 숨어서 조종하려고만 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표현을 잘하기 위해 정말 중요한 것은 더하거나 덜어냈다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여지껏 저의 발설에서는 레시피의 정량이나 총량이 아니라 순서가 틀렸던 거였어요. 그냥 말하는 것부터 선행되어야 했던 겁니다.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당위를 요구하고 있었나 싶기도 해요. 그래서 "그냥 엉망으로 불러 봐 상지야" 하는 친구의 조언이 좋았습니다.
노래를 배우면서 삶에 대해 배우고 있다고 자주 느껴요. 노래를 잘하는 것과 말을 잘하는 것의 메커니즘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몹시 닮아 있어요. 무결함과 정확함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언어와 소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돼요. 하지만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레 말도 소리도 튀어 오르는 것 같습니다.
(수많은 삑사리들과 정확한 마음 읽기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일정 수준에 도달했고 뱉어야 하는 시간이 왔다면 그간의 시간들을 믿고 그냥 내던지는 마음을 가져야겠더라고요. 정말 중요한 건 스스로를 그냥 믿을 수 있는 마음 같아요. 용감한 마음이요.
그래서요.
저의 2024년의 다짐은 "용감한 마음"이에요.
다들 2023년의 다짐이나 목표는 뭐였는지, 왜 그런 목표 설정을 했는지, 그리고 올해를 마무리하며 드는 그것들에 대한 감상을 떠올려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내년의 다짐과 목표가 뭔지도 알려 주세요.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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