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또,
눈이 많이 내렸어.
이번에야말로 정말 네게 보여주고싶어 글자로 가둬놨어.
빈, 난 네 베이글이 참 부러워. 네게 버릇같은.. 그런.
온, 네가 돌려 받지 않은 책이 부러워. 너의 갈비뼈같은.. 그런.
*
나는 이렇게 저렇게 밀려나고 쓸려와,
꼬르륵 입안으로 들어오는 물과 그 사이로 허덕이는 숨.
갈 곳 잃어 손가락을 쫙 핀 머리카락들이 뒤엉켜있는 가운데
뻐끔뻐끔 또 더듬더듬 말할 수 있는 한 가지,
수가 좋아
두 가지,
난 수가 좋아
세 가지,
수는 선해
지, 이게 네게 전하고 싶은 나의 유토피아야.
바로 수.
이토록 지키고 싶은.. 그런.
*
비행기는 한참을 선회했어.
어디든 도착하지 않는 마음이란 모든 회한이 수렴되는 곳인 것 같아.
서로에게는 자주 했던 이야기인데,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생각에 내게서 내게로 나는 자주 떠나곤했어.
나 떠오를 만큼의 부력이 부족해서 다시 가야 해.
저기 애수와 권태가 먼지처럼 쌓인 곳이 나의 집이야.
난 돌아가야만 해.
여느때처럼 발을 붓삼아 그림을 그리다 집에 도착했는데,
기어코 수가 쓸고 갔더라고.
왜지.
잔먼지들은 다정하기까지 해.
마지막말은 늘 부딪혀 바스라졌는데, 결국 못 이기는 척 이야기해버렸지 뭐야.
그래, 수.
당신이 이겼어.
고맙습니다.
*
부족한 내가 네 곁에 있어도 될까.
입 안에 오물오물. 씹어 삼키는데 수화기 너머 당신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말했지.
부족한 제 곁에 있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문장으로 우리는 더이상 부족해지지 않은거야.
그래, 애.
역시 당신이 이겼습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