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아, 메일을 보면서 22년 1월의 여행이 떠올랐어.
기억나?
싸운 적이 없어서 화해할 수 없는 마음,
그 마음이 실은 용서하고 용서 받고 싶었던 건 아닐까, 잠시 반추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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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 휴가도 정동진에서 보냈어.
바다 수영을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
여행의 효능은 돌아갈 곳이 명확해진다는 것 같아.
문득 떠나와서 보면 내가 엉망이라 생각했던 것도 실은 그렇게까지 엉망은 아니었고,
내가 아름답다 여긴 것이 그리 대단치만도 않다는 사실을 알게 돼.
그냥... 아름다운 눈동자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질 뿐이야.
귀한 것을 귀히 여길 줄 아는 것.
그런 건 때때로 용서하는 마음으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
바닷가 다리 밑 그늘에 자리를 깔고 앉아서 문득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네.
낯선 곳에서 행복이 선명해지는 건 웃기다는 생각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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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가끔 기도를 해.
말과 말 사이, 낭떠러지와 낭떠러지의 간격에서 내가 세상을 잘 오독하고 있기를 바라면서.
때때로 어떤 오독은 바로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믿고 싶어서.
노래를 부를 때처럼 듣는 이는 명확하지 않고,
그냥ㅡ 나만 아는 마음을 갖고 싶은 것 같기도 해.
그리고 그 기도에 네 이름은 빠지지 않아.
어때?
버스는 무사히 운행 중인지.
너는 승객인지, 기사인지 나는 그런 게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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