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야,
네가 서울에 온다니 기뻐.
이제 우리의 산책은 서로에게 가닿는 최고층의 산책이 될 거거든.
종일 수려한 말을 중얼거리는 게 아니라, 종일 내 마음을 대변하는 문장을 찾는 것이 아니라,
중언부언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몰라도 얼굴을 마주하고 걸어간다는 건 .. 역시 가장 높은 층위의 산책이겠지.
응응, 무서워 할 것 없어- 아주 키치할거야.
*
난 자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잖아, 사실은 그만큼 애쓰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해.
한 번도 닿아본 적 없는 것 같아서,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것 같아서 ..
내가 이렇게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언젠가는 그 주변에라도 다가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부단히, 부지런히.
너무나도 원망하던 누군가가 드디어 내 눈 앞에서 사라져 준다고 할 때 드는 서운한 마음,
어떻게 저리 자기 밖에 모르는 거야 -
씩씩거리며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으니 만져지는 E가 넣은 사탕,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다니 돌덩이같은 배신감을 안고 집어든 일기장 옆 S가 준 편지같은 것들 ..
어쩌면 이게 전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이제야 배워가는 걸지도 ··
소설 속 인물의 이름을 나와 누구로 대치하니 괜히 안쓰러운 마음도 들고,
고생하고 있다고 다독여주고 싶고,
그래도 우리 포기하지말자고 이야기하고 싶어.
쓰려고, 쓰려고, 계속 쓰려고.
깊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손에 잡히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참 -
끈적끈적한 여름이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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