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삶이 엉터리라는 것도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
너라도 이 경계를 넘어가주었으면.
그래서 적어도 도달해야 할 무엇이 있다는, 혹은 누군가 거기에 도달할 수 있다는, 그 어떤 존재 증명과 같은 것이 이루어지길……
사람들은 왜 내겐 들을 수 있는 귀만을 허락했냐고 신에게 한바탕 퍼붓는 살리에르의 한탄과 비애를 전하지만, 사실 얼마나 배부른 소린가? 모차르트와 동시대인이라는 거, 그거 축복 아닐까?
돌이 아니라, 쏟아지는 별들에 맞아 죽을 수 있는 행복. 그건 그냥 전설일 뿐인가?
친구, 정말 끝까지 가보자. 우리가 비록 서로를 의심하고 때로는 죽음에 이르도록 증오할지라도.
진짜 웃긴 일이 있었어.
교환일기랑 우리두리 녹음하고 나오던 날, 아빠한테 공항에서 영상 통화 걸려 왔잖아.
기억나? 출장 선물 고르라고 재촉하던 거.
그때 아빠가 선물로 줬던 반지를 잃어버렸어.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분명 손에 있던 반지가 사라진 게 이상해서...
하다못해 반지가 냉장고에 있을 리는 없잖아, 생각하며 냉장고까지 뒤져 봤는데 없는 거야.
역시 반지가 너무 컸지... 하고 중얼 거리면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사그라들 줄 알았지.
며칠 내내 엄지에 빈 자리만 만지작만지작.
근데 그러던 와중에 선물처럼 반지가 짠! 하고 나타났다?
별거 아닌데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그날은 코코네 공연장에서 꽃집까지, 왕복 8분거리를 4분만에 다녀와도 숨이 안 찼어.
엄청 속상했나 봐.
마음이 상쇄되고 그제야 깨달은 게 웃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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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도무지 용서가 안 되는 하루가 있어.
엉터리로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하루가.
그런 마음은 사람을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게 하니까.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기지개 켜고 해를 보기로 했어.
밥부터 잘 먹으려고.
일단은 주어진 일들을 잘 완수하는 게 나의 목표야.
올해 가을도 나와 함께 완주해 줄 네게,
이번에도 잘 부탁할게.
추신!
김루꼴라는 잘 자라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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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성 싱어송라이터와 당신의 펜팔 일기.